김병준 개인전 검을 바다

김병준
2025 08/13 – 08/18
3 전시장 (3F)
  1. 검을바다 展

 

  1. [statement]

 

2013년 무렵부터 2022년까지의 연작에서는 고전영화 및 여러 매체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집중하였다. 오래된 영화에서 차용된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현재 직면한 혐오의 문제가 비단 현대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님을 은유하고자 하였다.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사회상의 이면을 담은 폭력에 노출 된 아이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이들의 모습을 빌어 혐오와 인간 존재의 의미에 대한 의문을 담아내고자 했다.

 

2021년 코로나가 사회를 잠식하게 되면서 시작된 작업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어가고 있다. 잿빛으로 점철된 인물들이 등장하는 회화 작업으로 배경에는 고요한 숲이나 잔잔한 물가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을 벗어나 레지던시 생활을 하면서 작가는 표현의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게 되었고, 단편적인 인물화 작업에서 벗어나 시각언어의 확장을 시도하게 되었다. 낯선 지역, 공간에서 생활을 시작하면서 작가의 시선이 머문 요소들이 화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전 인물화에서는 그 인물의 표정과 형태를 다루는 선들을 통하여 조형적 언어로 감정을 표현하려 했다면, 현재의 작업에는 모호하면서 거친 외곽선을 지닌 인물이 명상을 즐기거나, 호흡을 하거나, 유유히 거니는 모습들을 다루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인물들이 물위에서 자신을 응시하는 모습을 다루었으며, 수면 위에는 아무것도 비쳐지지 않는 원초적인 어두움, 작가가 갖고 있는 근원적인 어두움을 담고자 하였다. 어린 시절 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려다 함께 휩쓸려버린 사건의 기억으로부터 기원된 죽음의 공포를 의미한다. 무서움과 두려움은 작가가 처음으로 경험한 자연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이후 그 감정들을 극복하고 위로와 안식을 제공해주는 존재로서 두려움과 평화가 함께 공존하는 양가적 성격을 지닌 대상으로 변화되어가는 과정이 흥미로웠으며 앞으로의 연구과제로 작업을 이어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