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민선 개인전 마음이 내려 앉은 장소

구민선
2025 04/09 – 04/15
본 전시장 (1F) 특별 전시장 (B1)

마음이 내려 앉은 장소-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 중 발췌)

구민선은 소색의 닥지를 주재료로 해서 그림을 그린다. 이 작가가 한지 자체를 그림의 적극적인 매체로 구사한 이력은 무척이나 오래되었다. 견고한 물성을 지닌 종이는 이미 특정 색채와 질감, 표정을 제 피부 스스로 견지하면서 자립한다. 그것은 단순한 재료 이상의 존재로 버티고 있다. 두툼한 한지는 일종의 레디메이드로서의 성격을 유지한 체 표면이자 형상을 구현하는 한편 그것 자체의 색채와 물질감을 드러내면서 이미 회화적인 요소로서 충분조건을 마련하고 있다. 더구나 그것들을 잘게 자르고 붙여 가면서, 일종의 콜라주로 인해 특정 이미지를 성형해나가고 채색을 입히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조각/회화의 여러 양상들이 복합적으로, 중층적으로 전개되고 펼쳐진다. 여기서 모든 재료는 그것이 지닌 조건들에 순응하면서 전개된다.

작가의 근작은 대부분 적조하고 서정성이 농밀하게 깔린 그림들이다. 내가 바라보는 세계는 결국 자신의 마음의 결, 거름망으로 걸러진 것으로만 남는다. 혹은 자신의 시선에 의해 판독되고 해석된 것에 의해 눌려진 것들이 이미지/상으로 찍힌다. 구민선의 일련의 풍경 역시 그러한 것을 그리고 있다. 작가가 그린 세계/풍경이란 결국 자기 마음이 보고 싶은 것, 마음과 정신이 보고 해석한 것을 형상화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작가가 그린 그림은 대부분 다소 쓸쓸하고 허망한 것들이자 동시에 다시금 평온하고 마음의 휴식기를 찾아가는 여정이 깃든 그림이기도 하다는 인상이다. 자신의 마음이 내려 앉은 장소와 기물들이 차분하게 화면에 걸려 들었다. 헐벗은 고목들과 금빛으로 물들어 눈이 부신 은행잎들과 반듯하고 정갈하게 줄을 맞춰 누운, 고운 조선 먹빛 기와들, 그 사이 생기 넘친 신록의 잎사귀들이 곱고 수직으로 하늘을 향해 오르는 기원의 돌탑과 가파른 돌산을 오르는 산양의 외로움과 그 모든 생명체들의 삶들이 마구 뒤섞여 있는 장면이 또한 시리게 아름답다. 여기에는 자기 인생을 되돌아보는 반추의 시선이나 앞으로의 삶에 대한 모종의 희구가 동시에 뒤섞여 빛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작가 노트

이번 작품전은 미국에서의 20여년 간의 삶을 뒤로하고 돌아와 작업한  최근작을 중심으로  미국에서의 작품도 일부 선보인다.세상과 인생에 대한 성찰에서부터 이 시대가 직면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그저 바라보고 즐기는 것이 아닌 알리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한 메시지를 작품에 담고자 하였다.여기엔 이제까지의 나의 삶의 여정이 녹아있으며 나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또한 세상을 바라보며 인간의 고독과 욕망, 정의, 평등, 편견의 문제, 환경에 대한 인식 등을 자연과 삶의 모습들을 빌어 말하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