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연 개인전 명화를 만나다 Meet Masterpieces

최정연
2024 07/31 – 08/13
본 전시장 (1F) 특별 전시장 (B1)

온전한 내 세상을 펼친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 화가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도전하고 또 도전 했지만 나의 실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이런말이 있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라

 

내가 거인이 되지 못했다면 일단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 세상을 바라보자. 그리고 그 걸음과 시선에 익숙해지고 내 것으로 만들자. 몸도 거인처럼 크게 만들어 내안에 많은 것들을 담자. 거인만큼 몸짓을 키우지 않으면 달라진 시선과 동작을 쫓지 못해 부조리한 내가 될 것이다.

 

 

SOULMONSTER

 

이론으로만 배우던 ‘기운생동’을 박물관에서 직접 보았을 때의 그 기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사진 같다’가 아니었다. 그림 그 자체로 살아있었다. 그렇게 나는 서양화를 그만두고 한국화를 배우기 위해 새로이 대학에 들어갔다. 먹도 쓸 줄 모르던 20대 초반의 나는 그렇게 미친 듯이 선대의 것들을 모사했다.(작품1)

 

그러던 중 20대 중반의 나는 동양화와 서양화의 오묘한 두 기법을 합치고 싶었다. 채색방법도 표현방법도 바라보는 방법도 전혀 다른 두 개의 것을 합치는 것이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서도 매일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렸지만 몇 년 동안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그렇게 나의 기나긴 슬럼프는 시작되었다.

 

석사학위를 마치고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개인전을 열지 못했다. 스스로 만족할만한 그림을 그리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같은 그림을 몇 달에 걸쳐 여러 번 그렸다.(작품2) 다 불태워 없애버리고 싶었다. 그 누구도 내 그림을 못 보게 하고 싶었다. 절망스러웠다. 내 생애 그림을 빼놓고 살아본 적이 없었는데 그 결과가 너무 참담했다.

 

어느새 나는 그림을 증오하고 있었다. 더 이상 붓을 잡는 것이 즐겁지 않았다. 고통이었다.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했다. 당시 같이 그림을 그리는 친구와 주변사람들은 내 그림에 전혀 문제가 없다 말해주었다.

 

“정연아 너는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것이 문제야”

 

정말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것이 문제였을까? 아니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나의 오래된 스프링연습장에서 찾을 수 있었다. 오래된 스프링연습장에는 오덕시절 가슴 설레며 그린 수많은 그림들이 있었다.(작품3) 세월이 한참 지난 지금 다시 봐도 여전히 그때의 설렘이 기억난다.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직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운 그림들이었다.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그린 것도 아니었고, 실재하는 것처럼 채색한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은 영혼이 있다고 느껴졌다.

 

나의 지난 과거의 흔적들에서 현재 무엇을 놓쳤는지 깨달았다. 전문가가 되는 과정에서 나는 제일 중요한 것을 빼먹은 것이다. 창작자의 손을 떠난 창작물이 스스로 살아나도록 영혼을 불어 넣는 일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그림에 영혼을 불어 넣기 위하여 노력하기로 했다. 한없이 사랑스럽고 행복하다가도 한순간 증오와 절망에 빠트리는 괴물 같은 그림이지만 그것마저도 아름답게 빛나는 영혼이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작품에 ‘S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