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원팀 정기 사진 단체전 요소들(Element's)
거리원팀 단체
2024 11/13 – 11/19
2 전시장 (2F) 3 전시장 (3F)
제3회 원팀 정기 사진전 <요소들(Element’s)>展 서문
우리는 생활의 무게에 눌려 매일 수많은 장소, 관계, 그리고 시간의 흐름과 변화들
을 스쳐 지나갑니다. 이번 전시는 누구보다 충실하고 진지하게 살아왔던 여섯 명의
사진가들이 우리 주변의 순간들을 다양한 ‘요소들(Element’s)’로 분리하고 재해석
해낸 특별한 시도입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저는 미국의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
퍼(Edward Hopper, 1882~1967)를 자주 떠올렸습니다. 호퍼는 카페, 도로, 서점
같은 일상적인 공간을 낯설게 비틀어 고요하고 비밀스럽게 묘사하며, 그 속에 자리
한 인간의 고독과 연결을 날카롭게 그려낸 화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파격적
인 구도와 극적인 명암대비를 통해 익숙한 장면 속에서 다채로운 내면의 이야기를
끌어내며, 아직까지도 많은 예술가와 관객에게 예리한 통찰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이번에 한자리에 모인 여섯 사진가의 작품도 거실, 계단, 식당, 산
책, 여행, 오후 등 삶의 친숙한 장소와 장면을 ‘요소들’이라는 독창적 시각으로 새롭
게 탐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러 요소들 속에 감춰진 인간의 차갑고도 따뜻한 내
면을 섬세하면서도 따뜻하게 조명하고 있습니다. 관객의 정서와 상황에 따라 모두
가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둔 것입니다.
나무와 바위, 아스팔트 위에 남겨진 소멸의 흔적(김명숙), 도시의 점·선·면이 만들어
내는 기하학적 아름다움과 묵직한 고독(김미경), 대자연 속에서 별자리처럼 순환하
는 인간존재로서의 자각(이국향), 재개발을 앞둔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의 단면을
흑백으로 대조한 다큐멘터리 기록(강신화), 이국적 소도시에서 마주친 차분하고 고
요한 일상(김경수), 그리고 빛과 그림자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도시인들의 소외
와 연결(김인재)까지, 각 작품은 독립된 사진이면서 동시에 ‘요소들’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어우러진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를 이루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색과 질감이 담긴 사진 속 그들의 이야기를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우리의
일상 속에 숨어 있는 고독과 연결, 낯섦과 친숙함, 사라짐과 재생 등 얼핏 서로 상충
되어 보이는 ‘요소들’이 조화와 균형을 갖고 여러분 앞에 다시 나타나게 될 것이 분
명합니다. 이번 사진전이 생활 속에서 무디어진 여러분의 예술적 감각을 다시 날카
롭게 일깨워주면 좋겠습니다.
작가 정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