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경 개인전 바람 2
이현경
2024 05/29 – 06/04
2 전시장 (2F)
돌아보면 그림을 시작한 것도 개인전까지 하게 된 것도 다소 충동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세상에 내보이는 부끄러움을 이길 정도로 비쭉 튀어나올 때까지 누적되고 있던 뭔가가 있었던 것도 같습니다.
첫 개인전의 제목이었던 바람은 불어오는 바람 또는 바라고 소망하는 바람이라는 뜻이었는데, 제가 항상 매료되어 그리고자 하는 대상들을 통해 내게도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길 바랐던 것 같습니다.
세상의 바람 속에서 꿋꿋이 살아가는 생명들의 모습에 매료되는 것은 그 모습에 나 자신을 투영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바람이 아직도 저를 떠나지 않았기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고개를 조금만 내려 살펴보면 도시의 곳곳에서 마주치는 잡초들, 나무들, 꽃들에 눈이 팔리고 마음이 팔리는 것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가냘프나 우아하게 뻗은 가지, 작아도 어예쁜 꽃, 거칠고도 여린 잎사귀들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나누고 싶습니다. 아마도 이것이 제 그림들을 관통하는 정서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익숙하고 정겨운 내 주변이든 저 멀리 다른 나라의 낯선 여행지에서든 나름의 아름다음을 발견하는 여정을 계속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것이 자기만족이나 흐릿한 감상일지라도, 한 철 살아가는 잡초들이나 몇 십년을 살아가는 나무들이나 주어진 여건에서 그저 최선을 다하여 가지를 뻣고 꽃을 피우듯이 나아가고 싶습니다.
나아가는 데 의미가 있겠지 라고, 대책없이, 염세적으로, 또는 낙천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