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희 개인전 ONE DAY
이강희
2019 03/13 – 03/18
본 전시장 (1F) 특별 전시장 (B1)
어느 날 눈을 떴을 때 마주하는 모든 순간들에서 낯섦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느낌을 받은 시기가 있었다. 보통의 것들이 달리 보였기에 실재하는 대상을 경험한 후 작업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갔다. 이전 작품들이 인물들의 심리와 실존의 이야기를 구성된 서사 형식으로 그렸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개인적 감흥과 기억을 품고 있는 대상을 재현해 나간다.
지각하지 못하는 순간 속에서 흘러가고 있는 주변의 많은 존재와 이미지들을 붙잡기 시작한다. 발걸음을 옮겨 사방을 찬찬히 살피고 이를 눈에 담아내는 과정을 반복하며 형상을 골라낸다. 공간의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에 관심을 가졌던 작업 초반에 상의 크기는 상대적으로 작아졌고 화면 속에서 그들의 움직임과 저마다의 반응은 기록적인 성격을 지니며 담겨 있는 풍광은 색과 형태가 더 두드러졌다.
또 다시 이동하며 땅과 하늘을 본다. 갈라진 바닥을 비집고 나온 식물들, 이슬을 머금은 흙, 다채로운 모습을 지닌 구름, 나무를 감싸고 있는 개성적인 수피, 일렁이는 바다 등 시간이 흐를수록 인물들은 사라지고 고요한 풍경들이 자리한 장소만 남는다. 눈에 맺힌 상이 쌓인 정보들은 기억으로 저장되어 미묘하게 변모한다. 계절과 빛의 영향과 주관의 개입이 더해져 화면 속의 소재들은 실제보다 부각되기도 흐려지기도 때로는 생략되기도 한다.
포착한 모든 순간이 특별할 필요가 없고 상황의 경위도 중요하지 않다. 일종의 일기와 같이 기록된 이미지를 받아들인 순간의 느낌과 당시의 조형요소들에 초점을 맞춘다. 차분한 관찰을 통해 대상을 발견하고 기억으로 조합되어 형상을 완성하는 재현 방식은 느리지만 진솔하다. ‘어느 날’로 인한 시각의 변화와 달라진 표현방식으로 풀어낸 실험을 감상자와 함께 공유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