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월미 개인전 Life in color, 생명의 역동(逆動)

박월미
2024 10/02 – 10/08
본 전시장 (1F) 특별 전시장 (B1)

작가의 하루에는 현상을 초월한 균형의 힘이 있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 속에서 ‘모든 것을 아름답게 승화’시키는 까닭에 ‘Green Lady’ 시리즈는 그 별칭처럼 자연스레 빛을 발한다. 세잔의 균형 넘치는 에너지를 탑재한 색감들, 유럽의 대자연과 연동되면서도 최근 한국에서의 생활에 감화되어 세련된 ‘동·서미감의 화해(Balance of Eastern and Western aesthetics)’를 보여주는 것이다. 작품들에 새겨진 시간을 머금은 인상을 살펴보자.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 온 다양한 감성을 그리는 행위에 쏟아냄으로써, 자신과 작품을 일체화시키고자 한다. 그래서 발견된 ‘박월미의 자연 회화’는 치유하는 감성 속에서 슬픔을 가로지른 ‘아름다운 숭고’로 해석된다.

 

Present, 인내와 자유 <Life Unexpected>

‘Life Unexpected’ 시리즈는 작가가 새롭게 시도한 획기적인 작품이다. 나무껍질처럼 보이는 작업들은 ‘껍질에 불과한 형상’이 아니라, 사실은 ‘힘겨운 삶을 살아낸 나무의 사계절’을 보여준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잔(Paul Cézanne)이 보여주는 <생트 빅투아르산(Mont Sainte-Victoire)>의 영원성을 소나무껍질의 형상과 빗대어 표현한 듯하다. 그림들은 삶의 영속성에 공감하는 동시에, ‘세월을 극복한 오늘을 위한 기도’와 같은 형상으로 읽힌다. 작가의 이전 작업들이 도시와 자연경관을 넘나들면서, 개인과 전체의 아픔을 감성형식으로 차용했다면, 이번 신작은 ‘관계미학(Relational Aesthetics)’의 실천을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시도가 아닐까 한다. 추상화로 이행하는 듯한 이번 스타일들은 정돈된 에너지와 ‘다층 형상(Multi-layered shape)’의 여유 속에서 ‘단순한 가운데 깊고, 숙연한 가운데 경쾌한’ 형상을 보여준다. 이는 형상 너머의 개념적 스타일을 통해 ‘작가의 인생을 색으로, 형상으로’ 남기는 것이다. 박월미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현재를 선물(Present)’이라고 말한다. 인내한 이후 얻어낸 참된 나의 발견, 진짜 자유를 찾는 여정은 작가의 삶과 어우러진 시적 에너지와 만나면서 역동적인 색의 파장을 낳는다.

<Not alone> 깨달음

필터링 된 ‘한국의 자연색(自然色)=the natural colors of Korea’에 감화된 작가는 자신의 이름과 꼭 맞는 ‘달의 형상’을 나무와 연결 시킨 확장된 작품들을 선보인다. 그림에 인물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작가와 우리 모두를 둘러싼 빛과 색의 형상들은 “‘Not alone’, 더이상 당신은 혼자가 아니야!”라고 위로하는 듯하다. 박월미의 작품에서 달의 에너지는 반짝거리며 빛나는 낮만큼이나 밤(새벽을 포함한)의 에너지가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이야기한다. 작가는 지난 1년간 색채 조합에 대한 시스템을 획득하기 위해, 다양한 형식실험을 통한 자기 실천을 지속해 왔다. 해외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해온 작가의 시선은 ‘달빛 풍경’과 맞닿으면서, 고요한 가운데 꽉 찬 ‘충만한 에너지(full of energy)’를 내뿜는다. 물감을 찍어내는가 하면, 작업의 흐름이 끊기는 것을 막기 위해 직관적인 방식으로 당시의 감성을 색과 연동한 ‘시적 색채(poetic colors)’를 고스란히 작품 위에 쏟아낸다. 우리는 박월미의 색채 미감 속에서 작가의 감성과 더욱 가까워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minds in color》, 《dreams in color》에서 발전한 《Life in color》 전시에서처럼 작가는 우리 내면의 의식 세계를 색으로 환원시켜 우리 시대와 사건, 개인적 기억과 성향 등을 아름답게 기록한다. 절제와 자유가 동시에 드러나는 작품들은 지속적으로 던지는 삶의 질문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박월미의 작업은 공감의 실현 속에서 발견되는 균형미감의 실현인 것이다.

 

-안현정(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