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구 개인전 Park, ByungKoo
박병구
2019 03/27 – 04/01
본 전시장 (1F) 특별 전시장 (B1)
닿을 수 없는 그 곳, 그러나 모두가 갖고 있는 세계 – 박병구
글/ 박준헌(미술이론)
집요하다는 것은 좁고 가파른 길을 걷는 선택이다.
낭만이 아니라 탐미로 갈 때, 그 곳은 가파르고 숨차지만,
분명 예술이 가는 방향이다.
그러므로 예술가는 병적이고 불균형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한 시대의 취향이 아니라 운명인 것이다.
이 원 『최소의 발견』 중에서
우리는 보이는 것이 실재하는 것이고 그것이 진리라고 인지한다. 고대로부터 회화와 이미지가 존재하는 이유이고, 예술의 원천이다. 그러한 전통은 더욱더 확고해지고 발전되어 지금의 시대에는 보여야 만이 존재할 수 있고 진리를 획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시대에 예술가들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기존에 보이는 혹은 보였던 것을 더욱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보이는 것을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전통적 회화가 추구해온 방식을 발전시켜온 길이라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여 그 의미를 전달하는 것은 현대에 이르러 예술이 획득한 똑같은 다른 길이다.
하지만 보인다고 모두 실재하는 것이 아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현대의 예술은 보이는 것에 대한 확인이 아니고 그 너머에 존재하고 있는 어떤 열망을 표출하는 것이다. 그것이 작가가 경험한 인식의 총합이든, 미의 표상이든, 실존적 체험이든 간에 중요한 것은 보이는 세계가 아닌 그 세계를 이루는 진실이고 추구하려고 하는 이상이다.
우리는 박병구의 작업을 통해 이를 이해할 수 있고 실증할 수 있다. 그의 화면 혹은 세계는 어떤 내적필연(內的必然)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이미 언급했듯이 보여지는 것 너머의 어떤 지점에 닿고자 하는 집요함이다. 가장 전통적인 형식인 회화와 그 풍경이라는 좁고 가파른 길이지만 운명처럼 받아들이면서 유연하지만 힘이 있고, 관조적이지만 진실이 있는 그의 작품은 삶을 반추하는 거울처럼 우리를 비춘다.
그의 화면에서 보여지는 세계는 본인이 기억하거나 체험한 풍경 속에서 추출한 감각적 증표들이 어우러진 또다른 세계이다. 그 세계는 실재하는 세계이기 보다는 도달하고픈 세계에 가깝고, 존재하지 않지만 모두가 염원하는 세계에 가깝다. 바로 이러한 시도들이 그의 작품을 의미 있게 하고 일반적인 풍경 작업이나 사진과는 다른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우리는 그의 작품과 마주할 때 어떠한 편견도 없이 하나가 될 수 있다.
박병구의 작품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 마음으로 다가가야 온전히 진입 가능한 세계이다. 모두의 마음이 닿아 있는 곳, 닿아야 하는 곳, 찾고자 하지만 현실에는 없는 세계 그러나 도달하고픈 마음들이 모이고 묶여서 우리에게 제시된다. 작가의 엄청난 몰입과정이 절실하게 드러난 작품은 역설적이게도 작가의 주관적 눈을 통해 우리는 삶에 대한 객관적 태도를 견지할 수 있다.
그는 사유와 실재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고 유영한다. 기억과 꿈이 혼재되고 대상과 내가 합일되며 작품과 관객이 하나가 될 때 우리는 온전히 그의 세계에 진입할 수 있다. 그것은 기억의 세계일 수도 있으며 꿈의 세계일 수도 있으며, 누구나 염원하는 곳일 수도 있고 도달할 수 없기에 고귀한 장소이다.
예술이 취향이 아닌 운명으로 받아들일 때, 작품이 장식이 아닌 사유가 될 때 우리는 각자의 존엄을 긍정할 수 있고 실재의 세계 너머에 있는 자유를 이해할 수 있다. 박병구의 작품에서 그 단초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세계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 모두가 지니고 있음에도 알지 못하는 세계일 수도 있으리라.
박병구
-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및 예술대학원 졸업
- 개인전 30회, 초대전 500여회
- 대한민국 미술대전 운영, 심사위원 역임
- 대한민국 미술인상 수상 (2016)
- 대구예술상 대상 수상(2017)
- 대구 미술협회 회장(2011~2017)
- 목우회, 한유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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