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2 단체전 도시 산책-2

이한규,이완순,박순규,최리나
2024 08/14 – 08/20
2 전시장 (2F)

도시는 날마다 새롭게 변화해 가고 있다. 어린 시절 놀이터가 되어주었던 흙길 골목들은 시멘트로 아예 사라져버렸고, 주변은 높은 빌딩과 아파트, 연립주택들, 얽히고설킨 도로들로 꽉 채워져 갔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경쟁하듯 좁은 공간에 갇혀 일하거나 살면서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현대화되고 새로워진다는 것이 오히려 사람들의 삶을 아슬아슬하고 초라한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 도시에서 우리의 진정한 휴식을 위한 시공간은 찾아볼 수 없는 것일까?

이 문제를 위해 우리는 그 답답한 삶의 울타리를 벗어나 사람들을 버겁게 끌어안고 있는 거리를 배회해 본다. 욕망의 경쟁으로 치닫는 잰걸음이 아니라 산책하는 마음으로 설렁설렁 걸으면서 사색에 빠져본다. 바쁜 일상에서 한 발 떨어져 걷는 느린 걸음에는 우연한 경험과 새로운 색감, 빛, 공간이 곳곳에서 나타나 준다. 이를 바라다보면 뜬금없이 떠오르는 과거에 대한 연모를 잠재우고 삶을 되돌아보게 되면서 사진에 대한 욕구도 채워진다. 표정을 감춘 사람들의 외로운 이면을 읽고, 거리가 건네주는 하소연도 들어가며 정서적인 우리만의 스케치북을 만들어 본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도시와 거리에 대한 4인 4색의 해석을 펼쳐 보았다. 도시를 바라다보는 시각은 서로 달랐다. 최리나 작가는 재래시장을 찾아다니며 선과 색을 통해 마음의 안식처를 찾고, 박순규 작가는 재개발 지역을 돌아다니며 벽에 남겨진 흔적을 통해 사라져가는 과거의 모습에 아쉬움을 달래 보고, 이한규 작가는 해외여행 중 거리에서 느껴지는 선과 명암을 통해 사진의 감성과 갈망을 채워보았으며, 이완순 작가는 거리를 몽환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며 도시민들이 지닌 외로운 내면의 세계를 찾아보았다. 그러나 우리 네 사람의 도시를 바라다보는 시선에는 공통점이 있다. 정다웠던 옛것에 대한 그리움이다. 질식할 만큼 꽉 차버린 시멘트 숲에서 뛰쳐나와, 과거의 맑은 감성과 사색으로 되돌아가 현시점에서의 자신들의 존재감을 찾아보는 것이다.

 

<작가노트>

 

하모니

도시에 대한 사진을 찍으면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도시의 빌딩이나 건물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빛과 그림자의 형상이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빛과 그림자의 요소가 거리의 사람들과 건축물에 투영되면서 우리에게 강력한 감정을 전달해주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이미 많은 사진가의 눈에 들어와 소비되었지만, 시간과 장소, 날짜, 찍는 위치, 프레임 등에 따라 나만의 사진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지나다니는 사람이나 찍는 사람의 마음, 욕망 등도 사진의 독창성을 부여할 수 있다.

이번에 유럽을 여행하면서 골목골목 만들어지는 빛과 그림자의 형상들에서 도시와 인간, 건물과의 아름답고 강렬한 조화를 느끼게 되어, 사진 작업을 통해 표현해 보았다.

이한규

 

 

흔들리는 오후

몽환적 분위기에 취해 흔들거리는 오후의 거리. 짙은 여름 냄새가 풍겨오는 카페 창밖을 내다보며 멍 때리는 즐거움도 잠시, 주변 사람들과 함께했던 이 거리의 추억들을 소환해 본다.

그런데 그들이 어느 날 갑자기 떠난 여행지에서 조우하는 사람들 마냥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마치 내가 마셔버린 커피잔처럼 빈 채로 허공 속의 환영을 보듯 가지런히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소유한 것에 비해 너무애정이 없는 이들이 더 큰 운을 갖게 된 것을 자주 본 탓일까? ‘왜일까?’라는 자문을 해 보다가 ‘황혼을 지나는 나이에 무슨 추태냐?’고 중얼거리며 카페를 나선다.

그래도 아쉬운 추억들을 더듬거리며 오후의 나른함에서 벗어나 익숙한 이 거리를 걷다 보니, 문득 색다르게 주변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눈에 익고 정겨워짐이 느껴지며 정신이 번쩍 든다.

이완순

 

 

흔적

도시를 산책하다 보면 늘 하찮고 사소한 것에 마음이 간다

옛날을 추억하며 걷는 골목에선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마저 느껴진다

거리의 어디서나 마주치는 벽, 그곳에는 우리들 삶과 시간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그 벽의 무늬들이 시선을 잡고 나도 모르게 걸음이 멈춰진다

마음을 움직이고 기울이게 하는 무늬들을 카메라 앵글을 통해 보면 즐거움이 배가되고 가슴은 충만해진다

프레임속의 흔적들을 펼치면서 사진의 모든 인연에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

내가 사진 작업을 통해 채집한 흔적들이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동시대의 모두에게 다정한위로와 위안이 되길 바라며 여기서 우리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박순규

 

 

재래시장에서

도시에서 살아가는데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삶과 떼어 놓을 수 없는 한 영역인 시장, 난 이번 전시회에선 규격화된 건물과 대형마트의 세련된 진열대 보다는 소시민의 삶의 냄새가 배어있는 재래시장을 담고자 했다.가끔 삶의 무게에 짓눌리거나 무료할 때면 장바구니 대신 카메라를 둘러메고 시장을 기웃거린다. 그곳에서 온갖 표정과 소란스러움을 담다보면 어느새 내 마음도 그들과 하나가 되어 진솔한 삶의 해답을, 삶의 의욕을 채운다. 또한 눈비와 햇빛으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는 지붕인 그늘막의 고마움도 있다.펄럭이는 원색의 그늘막을 올려다보면, 우리에게 삶을 응원하는 손짓 같아 위로를 받는다. 그 고마움의 답으로 그늘막을 향해 열심히 포커스를 맞추었다.

최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