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국 개인전 거미줄의 미학-거미의 스토리텔링
김종국
2025 03/19 – 03/25
2 전시장 (2F)
“거미줄의 미학(부제:거미의 스토리텔링)”
우리의 생활주변 그 어디에서나 마주치게 되는 거미.우리 인간에겐 모기나 파리를 잡아먹는 매우 이로운 동물이다.그러나 우린 그들에게 별로 눈길을 주지 않는다. 한마디로 관심 밖이다. 하지만 나는 한때 거미를 반가이 맞이한 적이 있다. 중학생이던 시절이다. 아침에 거미를 보면 그날 운수가 좋다는 누군가의 얘기 때문이다. 특히 아침 일찍 일어나 공부를 하던 시험기간 중엔 거미가 기다려졌고 책상 주변에서 거미를 만난 날엔 이상하게도 시험을 잘보게 되었기에 그런 믿음이 마음속에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하지만 도시생활을 하면서 서서히 잊혀진 듯하다. 이처럼 나에게도 관심 밖이었던 거미. 그러나 어느 순간 나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그것은 코로나가 나에게 준 멋진 선물이었다. 사회적 격리가 한창이던 시절 비가 그친 어느날 아침이었다. 소소한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던 중 다리 난간위에 놓여진 팬지꽃 화분위에서 빗방울이 맺힌 작은 거미줄이 눈에 들어왔다. 와! 명품 주얼리가 따로 없었다. 이때부터 나는 거미줄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산책할 때마다 거미줄을 찾는데 많은 신경을 쓰기 시작했고, 더불어 거미가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거미가 집을 짓고 있는(거미줄을 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경이롭다. 설계도면이라도 보면서 하는 듯 엄청 빠른 몸놀림으로 좌우로 원을 그리며 오르내린다. 무엇보다 주변환경을 한치도 훼손하지 않고 재료도 오직 자신의 몸(실젖) 안에서 뽑아낸 실만으로 자연친화적 아름다운 건축물을 지을 뿐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거미줄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종류의 설치미술 작품들, 또한 물방울이 맺힌 그 아름다움은 어떤 명품 보석도 부럽지 않을 만큼 멋지다. 이처럼 거미의 스토리텔링에 귀 기울일수록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한다.
그래서 나는 이번 전시회를 열며 거미에게 “친환경 건축의 대가, 설치미술의 거장, 쥬얼리 세공의 명장”이란 찬사를 바친다.
더불어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시 또한 거미에게 전하고 싶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거미! 너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