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지 개인전 호모 파이이스 루시스

김윤지
2020 01/01 – 01/06
본 전시장 (1F)

„’호모 파이이스 루시스“

빛을 통해 이야기하는 시각적 나레이션

이-칼리쉬 정 희 교수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 동양 미술사 학과장

 

김윤지 작가에게 빛은 은유적인 형태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중요한 시각 매개 중 하나이다. 회화 작업 외에도 거미줄 설치 시리즈(SpinnennetzSerien; 2006, 2008, 2009, 2012 ver.)와 그를 설명적으로 구성한 미디어 작업 Aurora 2013, The rotation 2016 으로 구성된 미디어 작품에서 빛은 물질적, 물리적 그리고 미적 표현의 중심 소재로 자리잡았다.

빛(Lucis)은 일반적으로 물리학에서 말하는 그 현상과 법칙, 바로 우주의 생성과 관련되는 것을 말한다. 그러한 빛의 물리적 특징과 성질은 은유적으로 예술 속에 표현되며, 빛이 주는 미적 효과와 그에 대해 인간이 받는 인상과 지각(知覺)으로 인해 무엇인가 긍정적, 이성적이기도 하며, 또한 성스럽게도 느껴진다.: 빛은 빛의 근원을 시작으로 만들어져 펴져 나가고 현상들을 투과하고 파동을 가진 힘이다. 빛은 어딘가에 부딪혀 반사되고 꺾이고 되돌아가기도 하고 뭉겨지거나 부서지기도 하며, 빛의 자극이 사라진 후에도 광 효과로 인한 잔상 현상을 남긴다. 전자기적 파장으로서 빛은 인간의 눈에는 가시광선영역에서만 볼 수 있고, 이는 스펙트럼 효과를 통해 무지개색으로 분산된다. 이 빛나는 힘과 다채로운 색상과 지각 할 수 있는 속도는 여러 문화와 종교 속에 다양한 방식으로 상징과 은유의 매개체로 이용 되었다. 모든 이러한 인간에게 경이롭게 느껴지는 빛의 물리적 성질들을 김윤지는 그의 형태와, 색채와 구성으로 소화하고 감정을 투입하며 시각적 나레이션으로 창작하여 그만의 시각 매체로 만들고, 또 그만의 작품 „루시스“로 승화 시킨다.

 

파이“-미적 승화

그의 빛, 루시스의 시각적 이야기 작품에 원주율 „파이“ 변형(Φ, phisequence or luminous flux)이 주제로 쓰이는데, 이는 그의 빛에 대한 형태 미학적인 해석이 내면의 감정적인 실행으로 전환되었음을 보여준다. 숫자 „파이phi“는 황금비율로서 잘 알려져 있고, 이탈리아 수학자 레오나르도 피보나치(1180-1250)의 이름을 따서 피보나치 나선/수열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우리가 아름답다 여기는 황금 비율에 아주 가까운 수열을 그가 찾아냈기 때문이다. 원주율 „파이“ 형태는 우리의 환경과 일상생활에서 흔히 발견 할 수 있다. 산책을 나갈 때나 여행할 때, 우리 우주에 있는 은하의 나선형에서, 살아 숨쉬는 자연의 생명체 속에, 예컨대, 해바라기 씨앗의 배열과 데이지 꽃과 달리아, 코스모스의 꽃잎의 나열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선인장과의 식물이나 바다의 소라껍데기에서도 원주율 „파이“ 의 패턴은 구체적 형상으로 발견 된다. 이러한 미적 비례의 형상화는 모든 성장 단계의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잘 나타내고 있다.

김윤지 작가는 화면 위에 한 지점에서 시작하여 원의 테두리 또는 그림 표면의 끝까지 확장되는 원주율 „파이“ 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을 그려내고있다. 이는 작가 자신의 환경과 자연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자신의 세계관을 시각적인 영역을 통해 반영하는 듯하다.

그의 작업들을 분석해 보면, 그가 일상생활 속에서 발견되는 원주율/무한의 자연적 아름다움과 철학적인 의미에 크게 매료 되어있으며, 이러한 점이 명상적 경험을 통해서 영험적 깨달음으로, 또 예술적 승화로 진전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전시에 나타나는 새롭게 만들어진 작품들과 그를 위한 창조적인 과정들은 작가가 끊임없이 새롭게 충전할 수 있는 삶의 에너지의 근원이 빛과 „파이“ 에 대한 열정 속에 있었고, 이는 분명 작가의 예술적 경력에 중요한 역할로 작용했을 것이다: 김윤지는 베를린 훔볼트대학교에서 미술사를 전공으로, 문화학, 그리고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동양 미술사를 부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후에, 또 다시 어려울 수 밖에 없을 작가활동을 하고자 그의 인생에 중요하고 힘든 결정을 하게 되었다. 그의 계속해서 되돌아오는 „파이 phi“에 대한 재해석은 그의 삶의 모습과 떼어낼 수 없는 – 베를린이나 뒤셀도르프나 지금 활동하는 곳 어디든지- 그의 작가적 에너지와 예술가로서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 원주율 „파이“ 에 대한 미적 감각은 김윤지에게 작품 창작의 영감이며 끊임없는 예술활동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한편 그는 이미 국제적으로 인기있는 아티스트로 독일과 프랑스 또한 브라질에서 의 수많은 작품 발표와 개인전(베를린에서 2008, 2009, 2012, 2017그리고 이번 2020서울에서의 첫 개인전) 을 통해 작품을 선보였다.

김윤지 작가의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원주율 „파이“ 와 그의 미학적 승화를 중심으로 한 빛의 시각적 이야기가 세가지 시리즈로 제시된다: 화이트 시리즈, 블루 시리즈, 스팩트럼 시리즈.

 

화이트 시리즈

색에 대한 언급에서 이미 알 수 있듯이, 화이트 시리즈는 하얀색과 밝은 크림색이 우세하게 나타난다. 하얀 둥근 원은 직사각형의 우주 속에 낮에 뜬 하얀 달처럼 은은한 빛을 띄우며, 이는 두드러지지도 않고 미묘하며 눈에 거슬리지도 않는다. 본래 하얀 빛의 색은 가장 높은 열의 온도의 색을 내포하고 있지만, 그의 작품에서 이러한 특성은 외면에서 추가로 이 작품들을 조명할 때 비로소 나타난다: 조명 빛을 받으며 그림 내면의 요소들이 새로 태어나는 듯 바깥으로 터져 나오며, 다채롭게 핑크, 터키 옥색 등 선명한 색조로 생동감 있게 빛난다. 이렇게 빛을 발하지 않던 은은한 원이 갑자기 생생한 구성 속의 볼륨 있는 공의 형태로 되살아나는 원주율 „파이“ 형태의 전환 과정을 한 그림 속에서 경험하게 하는데, 이는 살아있는 빛을 발산하는 생명의 태동과 같이 창조적 기원의 빛을 연상하게 한다.

마음속의 빛 „루시스 I ,II“ 은 대규모이며, 정사각형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둥근 모양이 표현되어 관람자를 그곳에 집중시킨다. 명확하지 않고, 은은한 원형의 윤곽 표현과 부드러운 색감의 다양성 및 그 뉘앙스는 또한 친밀한 내면적 인식으로 유도한다.: 마음속의 빛 „루시스 II“에서 원의 형으로 정렬되고, 날카롭게 긁힌 직선들은 수 많은 별똥별의 물리적 초상화나 별이 빛나는 여름 밤하늘의 한 순간을 포착 한 것처럼 보인다. 솜과 같은 질감을 가진 점들로 반복적으로 화폭 위에 두드리며 표현한 다채로운 색들은 마치 자연의 정수를 포함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작품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 미묘한 색채들은 마치 우리의 기억들이 스스로 자신들을 내 뱉듯이, 또 마치 인생의 그림자나 어둡고 흐린 날 들을 극복하기 위해 고뇌 속에서 꿰뚫고 나오는 듯 그들만의 독특한 감정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로 인해 예술가의 개인적인 경험이 모든 획, 모든 점, 그리고 모든 자각적인 빛의 지점에 내재되어 있는 듯 하다.

 

블루 시리즈

이 시리즈에서도 빛은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조명과 조명 매개체의 상호 부여, 반응 효과로 전개된다. 빛의 시퀀스는 심장이 박동이나 숨결처럼 선명히 빛나는 푸른 빛과 함께 생동감 있게 화폭 안에 존재한다. 밝은 점들은 반복적인 순서를 나타내는 원주율의 패턴이기 때문에 마치 삶과 영혼을 비추는 원동력처럼 은은하고 잔잔하게 빛을 발사한다.

화면 위에 의도적으로 보이는 붓의 획의 효과, 흐르는 물감의 흔적, 색을 칠했던 자국 그리고 점들이 나타내는 은은한 색의 변화를 통해 그림의 표면들이 우리는 살아 생동하는 세계라고 말 한다. 이 세계는 도달할 수 없는 먼 우주의 은하계의 세계가 아니다. 마치 내면에 꿈꾸었던 자신의 생활공간의 세계를 인식 할 수 있는 것처럼, 이는 유형적이고 청각적이며 지각할 수 있는 세계이다.

이 분출하는 „루시스“의 힘, 그리고 이 원주율 속에 반짝이는 빛과 색의 투명성은 우리를 빛 자체의 트랙으로 몰입하도록 인도한다. 이러한 빛의 무한성은 관능적인 존재가 되고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정서적 경험의 세계가 된다.

 

스팩트럼 시리즈

스팩트럼 시리즈는 관람자가 밝은 분홍색, 노란색 또는 녹색과 같은 형광색의 표현적 감정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이 감정은 쾌활함, 기쁨, 또 지정된 형태를 넘어 사라지거나 다시 모아지는 등, 자유롭게 화폭의 모든 방향으로 퍼지고 튕겨나가는 운동감 속에 잘 나타나고 있다. 화면 위에 점들은 조명을 통해 빛나거나, 빛의 원천으로 전환되어 빛을 품고있다가 스스로 방사된다.

그러나 이 또한 바깥으로 분산되는 원주율 „파이“ /무한의 또 다른 형태이며, 이는 마치 회전하는 힘이 막을 뚫고 분출/폭발하여 오로라같이 얇은 커튼처럼 떠올라 다색의 빛으로 발산하는 것처럼 보인다.

„Luc II“에서 황금비율을 의미하는 원주율 „파이“ 는 사각형의 화폭 위에 소라 껍질의 나선형 모양을 한 탬플릿처럼 추상적인 자화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강하게 발광하는 형광 핑크색과 그 형태는 원주율의 무한의 의미가 자연물에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증거 와도 같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영상 공간 설치 작업에서 전자기 스펙트럼의 물리적인 현상을 작품의 소재로 사용한다: 가시광선의 영역은 붉은색(750nm)에서 보라색 (400nm)까지 다양하지만, 이는 인간의 눈이 감지할 수 있는 파장의 매우 좁은 범위이다.

스팩트럼 연작에서 관람자는 공간 속의 다른 공간에 들어서서 분산된 광원의 빛이 어떻게 전달되는지, 광원과 전파 효과의 상호적 관계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 굴절되고 관통하는 빛의 마술적 효과도 스펙트럼과 그 색상에 대한 물리적 심미적 경험을 통해 느끼게 된다. 그리고 색상과 소리, 진동과 율동의 조화 속에서 자신이 빛의 굴절 매체로 어떻게 이용되는지, 또한 이로 인해 반사된 빛의 변형이나 초월감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이 작업은 빛과 공간 속에서 관람자와 작가가 함께 만들어가는 물리적인 창작 공간이므로, 다시 말해서 자신의 경험으로 만들 수 있는 세계를 발견하는 여행 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이원적 조화의 시각적 인식으로 시작된다: 빛의 수동적 또는 능동적 사용, 빛에 그림자가 나타나는 현상, 정적인 고요함과 운동감, 정신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 그리고 우리는 이 현상 속에서 결국 „마음챙김“의 지혜를 터득하는 내면의 기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는 새삼스럽게 자연현상을 재 인식하면서 스스로 깨닫는 순간들을 의미한다. 이러한

재발견과 깨달음의 순간은 독일어로 „아하-체험“ (Aha-Erlebnis)로도 알려져 있다. 이 순간들은 자신의 일상적인 생활에서 벗어나는 기쁨의 순간이 될 수도 있다.

인간이 자신의 근본적 예술을 창작하고자 하는 열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예술작품에 대한 인식도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다. 그러나 작품에서 느끼는 미적 감각과 지각은 객관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파되는 공감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김윤지 작가는 우리 스스로 그가 색과 형태와 빛으로 빚은 „루시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의 빛의 세계를 발견하고 또 그 속에 몰입하여 몸과 마음으로 빛이 가진 은유의 의미를 각자 재 체험하도록 초대한다:

어둠이 있는 곳엔 빛, 창조의 빛이 있고,

빛의 단락이 사라지면, 어딘가에서 희망을 주는 새로운 빛이 보이며,

빛이 있는 곳 어딘가에는, 우리 모두가 찾길 원하는 진실을 비추는 빛이 꼭 있을 것 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