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 개인전 다시 만난 세계

김용희
2025 09/24 – 09/29
본 전시장 (1F) 특별 전시장 (B1)

작품 설명: 다시 만난 세계

이번 전시 ‘다시 만난 세계’는 내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빛, 물, 나무, 구름을 중심 모티프로 삼아, 내 삶 속에서 다시 피어나는 순간들을 담아낸 것이다. 화면 속 자연의 형상들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내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상징들이다. 물은 깊이를, 빛은 새로운 길을, 나무와 열매는 삶의 과정과 성숙을, 구름과 새는 경계와 이동, 차원의 변화를 의미한다.

내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특정한 인물이 아니라 순수와 희망을 상징하는 존재들이다. 어린 왕자 같은 아이, 백발의 천사, 악기를 안은 소년은 모두 나의 분신이면서 동시에 관람자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다. 나는 동심의 시선과 노년의 성찰이 한 화면 안에서 만나는 순간을 그리고 싶었다. 그 인물들은 현실을 넘어선 존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 곁에서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친근한 얼굴과 몸짓을 하고 있다.

나는 자연과 인물을 언제나 경계의 공간에 놓는다. 푸른 잎사귀 사이로 스며드는 빛, 하늘을 가르는 물기둥, 물 위를 떠다니는 종이배, 구름 사이에 머무는 집은 모두 현실과 꿈, 지금과 영원의 경계를 드러내는 장면이다. 그 경계 위에서 시간은 잠시 멈추고, 나는 그 순간을 붙잡아 그림 속에 새긴다. 그 안에서 내가 경험한 ‘다시 만난 세계’는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잊고 있던 기억과 감각이 되살아나는 자리다.

나의 작업에는 신앙적 체험이 배경에 깔려 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직접적인 교리로 드러내기보다 보편적인 은유의 언어로 표현하고자 한다. 은혜는 빛으로, 임재는 섬광 같은 물기둥으로, 위로는 열매와 나무로 나타난다. 이러한 표현은 나의 개인적인 고백을 넘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확장된다.

내가 바라는 것은 관람자가 그림 앞에 서서 단순히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 것이다. 화면을 바라보는 동안 잊었던 기억이 되살아나고, 오래 묻어둔 감정이 깨어나며, 삶 속에서 다시 피어나는 힘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내가 이 전시를 통해 전하고 싶은 핵심이다.

‘다시 만난 세계’는 나의 삶과 신앙의 고백에서 출발했지만, 그 이상을 향한다. 작품은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관람자의 기억과 감각을 불러내는 매개가 된다. 이 전시가 ‘재회’와 ‘회복’의 경험을 선사하기를, 그래서 까맣게 잊고 있던 순간들이 다시 불려 나와 각자의 삶 속에서 새로운 힘으로 변하기를 바란다.

나는 이 전시를 통해 예술이란 완성된 해답이 아니라, 과정의 산물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미완의 선, 우연히 번진 빛, 흐르는 물의 결은 하나의 답이 아니라 열린 가능성이다. 관람자는 그 빈자리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이고, 새로운 만남을 경험하게 된다. 결국 「다시 만난 세계」는 나의 세계이면서 동시에 관람자의 세계이며, 나의 고백과 모두의 위로가 만나는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