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개인전
김동욱
2018 08/01 – 08/06
2 전시장 (2F)
<작업노트-1>
다소 역설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요즈음의 조각은 조금은 혼돈스러움의 연속인 것 같다.
순간적인 아이디어나 걸러지지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내지) 않은 것들이 마치 요즘의 경향인 듯 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키게 한다. 모름지기 작가는 나름대로의 조형적 언어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그것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많은 연륜이 쌓일수록)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자신의 감정이 변하듯…)
나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형태의 것들은 나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우린 주변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아버지, 어머니, 가족, 여성, 산, 사물 등…
또한 조각에는 많은 재료가 있다. 그중에서 내가 선택한 나무라는 재료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세월이 지나도 그 생명력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는 연속성을 지니고 있어서 좋다. 특히 낙엽송은 몇 년 전부터 집착해온 재료이다. 모두들 조각의 재료로서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만 검붉은 나이테, 마를수록 단단해지는 성질 등 조각의 재료로서 전혀 손색이 없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색깔을 강하게 내뿜는 것이 바로 낙엽송인 것이다. (다루기 힘들수록 더욱 하고 싶은 욕망이 느껴진다.)
낙엽송이 갈라질 때마다 내 마음속에서도 그 소리를 듣는 듯하다. 때로는 그 틈새를 매우는 것이 어리석은 손짓 같지만 그와의 대화에서 좀 더 깊고 가까이 다가서고자 하는 어쩔 수 없는 작가로서의 미련인가 싶다. 작가의 작품은 온갖 어려움 속에서 탄생한다.
아직은 30代로서 정착된 이미지보다는 다양성과 순수 조형적 언어에 기초하여 작업을 하였다.
개인전이라는 것이 어렵고 두려운(남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 놓는…) 일이기는 하지만, 나도 한 번쯤은 내 작업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싶었다. 나무가 터지는 소리보다 더 아픈 소리가 들려올지도 모르지만 여름내 들여마신 나무 먼지를 조금은 씻어 내릴 수 있을까?
또는 명료한 목질의 언어 하나쯤은 만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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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노트-2>
긴 시간입니다.
찰라에 불과했습니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
구차한 설명보다는
작업으로 마음을 전하며
스님께서 주신 화두를 생각합니다.
父母未生前 本來面目 是甚麻?
(부모 이전 나의 모습은 이 무엇 인고?)
많은 이들이 여행을 떠납니다.
수많은 여행길이 있습니다.
홀로 나를 찾는 여행은 어떨지요.
10여년의 세월속에 작지만 나를 찾아봅니다.
보이지 않는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앞으로 나의 여행은
어떠한 모습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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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노트-3>
나!
존재의 의미를 찾아 떠나는 여행
거울 속 모습이 나일까?
거울 밖 모습이 나일까?
거울이 나일까?
내가 나일까?
한 겨울 발산리의 작업실에서
끊임없이 행위의 의미를 찾아
두드림의 소리를 들으며
마음속 평안을 구하는
나의 결과물…
그냥 던져질 뿐
의미는
보는 이의 여유로 남겨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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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노트-4>
관조(觀照)
참된 지혜로 개개의 사물이나 이치를 비추어 봄
고요한 마음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거나 비추어 봄
참된 나 를 찿아가는 여정은 자연으로부터 오는 것 이 아닐까 ?
밤
고요하지만 풍성한 마음으로 가득찰 때
온 몸으로 오롯이 받아들이는 자연 의 기운은 모든 사물의 깊이를
그냥 받아드린다.
지나온 과거와 다가올 미래에 대한 찰나의 느낌은 작업에 대한 환상적 그늘
에서 나 를 찿아간다.
객관적 인식을 통한 작업은
늘 그곳에 있지만 없다.
–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