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리 정 개인전 FATA MORGANA in New York
Gary Chung
2022 10/19 – 10/24
본 전시장 (1F) 특별 전시장 (B1)
《FATA MORGANA in New York》
: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의 신기루
글 | 박지현
개리 정은 아서왕의 아름답고 환상적인 유토피아 아발론을 떠올리며 찾아 떠난 뉴욕에서 마 주한 항공기들을 <FATA MORGANA in New York> 시리즈에 펼쳐 놓는다. ‘FATA MORGANA’는 시실리섬(이탈리아 남쪽의 섬) 방언으로 ‘모르간 요정(아서왕 전설에 등장하는 아서왕의 누이)’을 의미한다. 또한 그녀가 신기루를 만든다는 전설에 따라 이탈리아 남부 해안 에서 시실리섬을 바라볼 때, 그 섬의 집이나 나무가 거꾸로 보이게 하거나 공기 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신기루’ 현상을 뜻하기도 한다. 개리 정은 이번 뉴욕의 여정 동안, 항공 기와 마주한 순간들을 마치 신기루와 같은 몽환적인 광경으로 담아낸다. 그가 한국에서 바라 본 뉴욕은 세계 최고의 메트로폴리스였으며, 무엇보다 맨해튼을 중심으로 총 세 개의 공항이 있는 뉴욕은 그가 자신의 사진 작업에서 주요한 피사체로 삼는 항공기를 끊임없이 마주하며 자신의 작품 활동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볼 수 있는 낙원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개리 정이 카 메라 렌즈를 통해 뉴욕의 무한한 창공에 놓인 항공기의 모습을 바라보았을 때, 그 모습은 단 순한 광학 현상을 넘어서는 무언가였다. 그것은 마치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리고 있는 일종 의 신기루와 같은 것이었다. 뉴욕의 고층 빌딩 숲 사이를 지나는 항공기의 모습은 마치 도심 속을 유랑하는 미확인 비행 물체(UFO)를 보는 것과 같이 신비롭고 경이로운 느낌을 자아내지 만, 동시에 어떤 두려움과 공포감 또한 불러일으킨다. 이는 시공간을 가늠할 수 없는 무한한 영역에 놓인 항공기와 그 순간을 포착하고자 하는 유한한 인간의 욕망 사이에서 느껴지는 숭 고함일 것이다. ‘경이로움과 두려움’, ‘아름다움과 공포’와 같이 양가성을 띠는 감정들은 서로 뒤섞이며 동시에 나타난다.
개리 정은 환상적인 유토피아 아발론의 모습을 상상하며 떠나온 현실의 뉴욕에서 항공기를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것은 먼발치로 더 멀어져갔다. 그는 환상의 아발론과 현실의 뉴욕 사이의 묘한 괴리감을 느끼며 신기루와 같이 떠오르는 항 공기를 카메라로 담아낸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작가는 다시금 새로운 목적지를 찾아 현실에 도전하고자 하는 희망을 품는다. 개리 정의 이번 <FATA MORGANA in New York> 시리즈 에서 뉴욕의 풍경은 절대적인 풍경이라기보다는 앞으로의 작업에 추동력을 일으키는 작가 자 신의 정신적인 풍경인 셈이다. 개리 정의 이번 뉴욕 시리즈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던 그의 이전 시리즈들과는 다소 상충됨에도 사진 작업에 대한 그의 태도와 사유에서 진정한 희망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