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군 개인전 MOTHER

신나군
2019 09/25 – 09/30
3 전시장 (3F)

작업 노트

작가는 자신이 바라보고 느끼는 세상 이야기를 그림에 담는다. 그림 안에는 인물, 배경, 사건이 무질서한 시간 속에 존재한다. 작가는 이들에게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서 끊임없이 질감을 올리고 무너뜨리며 허문다. 엉성하게 비틀리고 무너진 그림 위에 바투 다가가 색을 흩뿌리고 비벼대며 닦아낸다. 그림 안에 이야기가 흘러가기 시작하면 작가는 작업을 멈추고 바라본다.

 

수목장 樹木葬(MOTHER)

 

지하 무덤 열자

어둠 속에서 이십칠 년 보낸 뼈가 드러났어

몇 가닥 남은 삼베 실이 흰 뼈를 감고 있었어

저승시간 벗어나

햇볕 쬐는 어머니 이빨이 웃고 있었어

흰 종이에 올려놓은 두개골 들고

검은 구멍만 남은 눈과 코와 귀를 더듬고

굽은 턱을 찾아 내 슬픈 입을 대어 보았어

내가 강아지처럼 살을 비빈 몸

아플 때마다 쓰다듬어주던 손마디를 모으고

배고픈 나를 먹인 가슴에 가만히 얼굴을 묻었어

등뼈를 맞춰 그 등에 업혀보고 싶었어

무릎 맞대어 놓자 옛집에서 뛰어노는 어머니

툇마루에서 공깃돌 굴리던 어린 시절 보고 있겠지

참 이상도 하지

감각이 없는 뼈를 만질 뿐인데

피가 도는 살처럼 포근했어

사랑한다는 것은 이런 느낌이었어

내몸과 어머니의 몸이 하나라는 생각

죽은 자의 뼈는 산 자의 뼈와 운명으로 이어져 있다는 생각

내 뼈를 어머니도 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뼈를 태우고 갈아 청학산 솔숲에 뿌려도 괜찮아

만지는 동안 어머니는 내 안에 돌아왔으니까

신명옥

해저 스크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