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구 개인전 침향무(沈香舞)

유진구
2019 06/19 – 06/24
본 전시장 (1F) 특별 전시장 (B1)

작가노트 – 유진구

 

‘자개’ 라는 물성을 관심 있게 접하고 이 재료를 이용하여 작업을 해 보아야겠다고 시작한지 이제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처음에 쉽게 생각했던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작업의 많은 시간을 시행착오 속에서 보내며… 그래도 다행히 작업이 적성에 맞았는지 아직도 싫증내지 않고 작업에 메 달려 온 것 같다. 막연히 자개표면의 효과만을 생각했던 초기 작업들에 비해 언제부터인가 생각의 확장을 통해 다양한 작업들로 범위를 넓혀 나아가기도 했다.

시간의 투자가 작업의 척도가 될 수는 없지만 꽤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작업이 주는 어려움도, 작업의 만족도도 조금씩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왔던 작업에 어느 순간부터인가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흩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초기작을 대표하는 ‘침향무’ 시리즈는 나의 작업 중에서 꽤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한때는 구상작업의 한계성 때문에 작업에 대한 회의를 느끼기도 하였던 작업이었지만 어느 순간에서인가 내가 놓치고 간 것이 없나 생각해 보았을 때 다시 재구성되어 다양한 생각들이 떠 올랐다. 나는 전통적인 나전을 배워서 작업을 하지는 않았다. 또한 이전 작업의 특성상 굳이 전통적인 나전기법이 꼭 필요한 사항도 아니었기 때문에 칠에 대한 관심을 그리 깊이 가지지는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와 작업의 다양성과 새로운 아이템에 ‘칠’의 중요성이 커지기 시작 하였다. 흔히들 나의 작업들을 보면서 ‘전통의 현대화’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꼭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동안 전통적인 작업에 깊이 관심을 가지지 못 한 나로서는 약간의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최근에 시작한 작업들은 칠을 가미하여 화면의 여백을 메우는 작업들이 이전에 화면전체를 자개로 가득 메우던 작업들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 아직 초기 단계라 확실히 마음에 차는 작품은 나오지 않지만 시간이 흐르면 다듬어 질 것이라 생각한다.

‘침향무’ 시리즈와 더불어 개인적으로 ‘바다’ 시리즈도 더욱 발전 시켜 나가고 싶은 바램이다.

화면에 부조형식의 물결을 파고 채색한 다음 자개를 붙여 나가는 형식의 작품인데 스케일과 다양성에 대한 또 다른 고민을 주는 작품이다.

이 두 가지 작업의 주제는 ‘물 빛’이다. 하나는 물속의 움직임 이라면, 다른 하나는 물 표면의 변화와 움직임이다. 내가 처음 자개를 보면서 느꼈던 그 느낌이 ‘물 빛’ 이었고 자개라는 물성이 물속에서 수많은 세월동안 퇴적물이 쌓여 만들어진 결정체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고의 세월을 참아낸 아름다운 결정체처럼 작업을 통해 토해낸 완성된 작품에서 많은 사람들의 눈과 마음에 평안을 안겨 드리고 싶은 것이 나의 마음이다.

 

 

2019년 5월 유 진구


 

더 독창적으로 실천하기에 이른다.

 

생각해 보라! 그의 작업은 색이 섞이어 명도가 낮아지는 물감의 ‘감산혼합(減算混合)’이 아니라 색이 섞이어 명도가 높아지는 빛의 ‘가산혼합(加算混合)’을 다양하게 실험한다. 울긋불긋하게 피어난 색색의 판자개들이 펼치는 강렬한 색의 효과와 더불어 눈이 부시도록 빛을 산란시키는 판자개 미립자들 그리고 거울 반영체의 영롱한 반영의 효과가 우리를 언어화하기 어려운 신비의 체험으로 이끄는 것이다.  그런 까닭일까? 그의  〈합〉 작품은 어떻게 보면 그것은 한편으로 거친 토양으로부터 스멀스멀 자라난 알 수 없는 생명체처럼 또 한편으로는 신비로운 은하계의 풍경처럼 보이기도 한다. 때로는 보석으로 가공되기 이전에 땅 속으로부터 발견된 원석의 결정체처럼, 때로는 보석 세공사의 수고스러운 노동에 의해 세밀하게 가공된 보석의 확대된 이미지처럼 다색(多色)이 창연(敞然)한 ‘합의 변주’를 선보이는 것이다.  그렇다! 그의 제목이 선보이는 ‘합’의 세계는 이항 대립하는 모든 이질적 세계들의 화해와 통합을 전유(專有)한다. ‘양/음, 요(凹)/철(凸), 흑/백’ 등의 대립적 조형 요소의 통합은 물론이고, ‘공예/순수 미술/회화/조각’의 다양한 조형 장르를 자신의 작품 안에서 통합한다. 나아가 그의 작품은 침투/반영, 우연/필연, 존재/부재, 희(喜)/애(哀) 등의 만질 수 없는 추상적 개념조차 한 덩어리로 통합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이질적 대립의 요소와 개념들을 하나로 통합한 그의 작업은 ‘세월의 켜를 가득 안은 전통적 재료인 자개’를 통한 ‘현대화된 조형’의 모색 지점을 횡단하면서도 그의 말대로 ‘사회적 인간 공동체’라는 다양한 ‘우리 세상사의 모습’을 은유한다. 그럼으로써 작가 유진구는 모든 ‘미술하기’란 현실 속에서 타자들의 공감을 요청하는 ‘비언어적 발언’에 다름 아니라는 자신의 작품관을 관자들에게 깊이 각인시키는 것이다. ●

 

출전/

김성호, ‘세월의 켜를 건져 올리는 침향무(沈香舞)와 합()의 변주‘ (유진구 전, 2016. 6. 1-12, 팔레드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