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주 개인전 꿈을 잇다전

이연주
2019 05/08 – 05/13
본 전시장 (1F) 특별 전시장 (B1)

평론

아련한 추억을 포근하게 담아낸 감성적 아름다움

 

안영길 (철학박사, 미술평론)

 

 아름다운 추억은 지친 일상적 삶을 포근하게 어루만지며 예술적 창작으로 이끄는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 동안 꾸준하고 진지하게 봄날의 서정과 추억을 담아내던 진달래와 산수유를 창작의 주요 모티브로 삼아 왔던 작가 이연주는 연륜과 더불어 순수한 소녀적 감성을 탈피한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꽃말을 지닌 목화의 추억을 통해 한층 성숙된 삶과 예술에 대한 성찰을 새롭게 표출하고 있다.

 

 작가 이연주가 이번에 선보이는 ‘꿈을 잇다’전은 목화를 주제로 원숙한 창조적 조형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성찰로 이어지고 있다. 목화는 만물이 생동하는 봄을 지나 여름에 꽃을 피워 장마와 폭염을 견디며 열매를 키워내고 늦가을에 포근하고 소담한 목화솜을 선물하여 따뜻하고 행복한 겨울을 맞게 하는 고마운 존재로 어머니의 마음과 사랑을 닮은 꽃이다. 어린 시절 고향에서 소녀의 감성과 추억 속에 머물던 목화에 대한 추억이 작가의 체험을 거쳐 꿈을 잇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화폭에 담아내는 수준 높은 창작으로 승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한지에 먹과 채색으로 담박하고 깔끔하게 표현된 구성과 조형은 작가의 마음과 성격을 닮아 있다. 화사하면서도 튀지 않는 담백한 느낌의 먹과 채색, 간결한 화면구성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다독이며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으며, 화면 배경의 물결무늬들은 삶과 추억의 흔적을 상징하면서도 졌다가 다시 피며 꿈을 잇는 두 꽃처럼 아련하다.

 

 작가 이연주는 이번 ‘꿈을 잇다’전에서 자신의 마음속 이미지인 사랑과 추억, 그리움과 행복 등을 창작의 주제인 목화에 투사시킨 사의(寫意)를 통해 도란도란 이야기를 정감 있게 풀어내고 있다.

작품들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일상과 추억이 꿈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성찰의 격조를 드러내고 있다.

 

 <내 안의 나>에 담긴 <행복한 에너지>로 <아침을 깨우다>로 일상을 시작하기도 하고,

<자연의 경이로움>을 <시간이 이끈 대로> <있는 그대로>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며

<때로는 침묵>하다가 <어느새 그리운 것>이 되어

<추억을 바라보다>에 이르러 <마음이 쉬는 곳>을 찾기도 한다.

또 <별을 만드는 시간>에 <별에 담긴 이야기>와 <바람소리 듣다>가

<달짝지근한 추억>에 빠져 <들꽃처럼 아련한> <그리움을 남기다>가

<잔잔한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사랑이 넘치는 미소> 속에

<사랑의 눈길이 머무는 곳>인 목화를

<가을볕에 말리다>가 교감과 성찰을 위한

<고요 속을 거닐다> <꿈을 잇다>의 예술적 경지로 승화시켜

<사랑을 이루다>에 도달하고 있다.

 

 이처럼 시적 감수성이 풍부한 작가가 풀어내는 사랑과 추억, 그리움과 행복이 담긴 이야기는 목화를 통해 아련한 감성적 추억을 포근하게 담아낸 아름다운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 작가노트 |

 

꿈을 잇다

 

전생처럼 먼 기억 속에

어렴풋한 잔상이

남아있다.

 

척박한 땅에

나무도 풀도 아닌

목화가 밭을 이루고 있다.

 

여름의 끝자락,

희고 붉은 꽃 사이로

꽃 진 자리에 맺은 동그란 다래를

동무들 따라 입에 넣고 가만 깨물다 보면,

달짝지근한 수분이 감돌아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늦가을이 되어

어린 크림색 꽃이 지고

아련한 분홍으로 돌돌 말려 떨어지면,

갈색으로 익은 다래가 갈라지면서

하얀 목화솜이 툭툭 터져

두 번째 꽃이 핀다.

 

첫 번째 꽃으로 아름답고

두 번째 꽃으로 따스하니,

제각각의 모습이 인간의 삶과 사랑을 닮았다.

 

첫 꽃 보다 마지막 꽃인 목화(솜꽃)를 주제로 삼은 까닭은

꽃말인 어머니의 사랑처럼 포근함과 따스함과 그리움 때문이다.

 

두 번의 꽃을 피우며 긴 시간 동안 꿈을 이어가는 곳

 

그 곳은

꽃의 고움과 솜의 따스함과

바람이 머물고 간 자리의 그리움과

시간이 빚어낸 달콤한 향기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잔잔한 행복처럼.

 

2019년 5월

작가 이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