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명생 개인전 미가(味家)
주명생
2018 08/28 – 09/03
3 전시장 (3F)
주명생-山水속의 山水境
장정란(美術史. 문학박사)
주명생의 그림은 산수화이다. 그러나 그의 산수풍경은 매우 독특하다. 화면에 등장하는 산수풍경은 산과 바위 나무들의 집합체 이지만 시각적으로는 하나의 커다란 덩어리로 인식된다. 이것은 마치 대지의 한부분을 오려내서 화면에 붙인 듯 운용한 화면구성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주명생의 산수풍경은 마치 우주공간에 떠 있는 듯 보이기도 하다
이것은 주명생이 연구주제에 밝히고 있듯이 思와 景의 개념을 주명생 방식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思와 景의 개념은 五代 荊浩가 筆法記라는 최초의 山水畫法 이론서에 밝힌 그림의 중요한 조건 六要(氣,韻,思,景,筆,墨)에서 제시한 것이다. 형호는 思를 “깍고 덜어내고 요점만 요약하여 생각을 응축시켜 사물을 그리는 것(刪撥大要,凝想形物)이라 하였고 景은 형상의 모습은 기본제도와 그 때에 맞으면서 기묘함을 찾아 참모습을 창조하는 것(制度時因,搜妙創眞)이라 하였다. 즉 그림은 요점만 그리고 허황되지 않은 진짜모습을 그리지만 독특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물을 그릴 때 버려야 할 것을 선택하는 것은 작가의 역량일 것이다.
주명생의 그림에서 思와 景은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우선 그의 畫面經營을 보면 전통적인 虛(비움)와 實(채움)로 운용되지만 매우 감각적이다. 기본적으로 화면에서 허와 실의 균형은 이분법으로 나누듯 비슷한 분량이다. 대부분 산과 바위가 虛로서 하얗게 표현되고 나무의 잎들과 바위의 윤곽은 墨色으로 實로 드러난다. 實속의 虛를 구사한 부분도 있는데 나무들의 몸체를 하얗게 표현한 것이 그것이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전체적인 산수풍경을 하나의 덩어리로 그려낸 것이다. 마치 자연의 한부분을 오려내어 화면에 옮겨온 듯 화면의 바탕과 산수풍경은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듯하다. 마치 우주공간에 한부분의 산수풍경이 떠있는 듯 하고 광활한 대지의 한부분을 가위로 오려낸 듯도 하다 화면의 바탕색은 검정, 흐린파랑, 황색이다. 마치 화면바탕과 다른 세계인 듯 오려낸 듯한 산수풍경과 시각적으로 다르게 인식된다. 검정색 바탕은 동양문화에서 우주의 근본색인 玄色일 것이고 황색은 지상의 색, 파랑은 자연공간의 색채일 것이다. 그러므로 화면바탕과 산수경물은 각자의 다른 세계를 의미할 것이다. 관객에 따라 현실과 이상, 실체와 허상으로 보여질 수 있다. 검정바탕의 산수화는 마치 대지를 가르고 나타나는 풍경처럼 보이고 파랑바탕의 산수화는 우주공간에 부유하는 풍경으로 보인다. 황색바탕의 산수화는 마치 자연 산수 속의 또 하나의 산수풍경처럼 두 개의 세계가 공존하는 듯하다. 독특한 화면경영이다.
筆法을 보면 마치 문지르듯하여 붓자국은 남기지 않는데 주목되는 것은 매우 動的이라는 것이다. 빠르게 그으면서 속도를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산수풍경의 귀퉁이부분을 메인화면과 분할하고 작은 점을 찍어 가득채운 그림도 있는데 전통필법에서 벗어나 주명생만의 필법을 찾고자하는 여러 가지 시도중 하나로 보인다.
나무는 대부분 곧게 서있어서 원형의 바위나 산들과의 조형성에도 미세한 충돌감을 주고 있다. 이런 이분법적 구사는 여러부분에도 감지된다. 직선으로 서있는 나무와 원형의 잎이 달린 작은 나무의 구성, 하얀톤의 산들과 검정, 파랑, 황색의 강한 바탕색의 배치, 하얀몸체의 나무들과 濃墨의 가지들, 문지르듯 붓자국 없이 그린 바위들과 붓끝으로 그려 낸 소나무의 날카로운 나뭇잎들이 그것이다.
이상으로 보면 주명생이 추구하는 思 와 景은 산수속의 山水境임을 알 수 있다. 강렬한 화면바탕색은 배우 감각적이며 한편 매우 허구적으로 보인다. 허구적이며 다소 생경한 공간에 실체적 산수풍경이 부유하고 있다. 실제적 자연을읽었던 전통산수화는 주명생의 화면에서 기이하고 환상적인 회화적 풍경으로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산수화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는 것에 앞으로 주명생 산수화의 行步에 기대를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