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수 개인전 단국대학교 조형예술학과 박사학위 청구전

최길수
2025 03/12 – 03/18
3 전시장 (3F)

작가는 수치화될 수 없는 감정에 주목하였다. 감정의 깊이, 색, 느낌, 온도 그 무엇도 볼 수 없고 알 수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당연한 듯 기쁨, 슬픔, 분노, 우울 등 감정을 명명하고 교환한다. 비가시적 감정은 표현의 순간 휘발되고 변형되며 왜곡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작가는 이름 모를 감정의 형태를 쫓고 잔상만 남은 감정을 모아 커다란 결의 형태로 응집시킨다. 작가는 화면 안에서 최종적 이미지를 결정짓지 않고 지속적으로 자신의 감정에 몰두하고 빠져나오는 과정을 반복하여 파도와 같은 물결을 만들어 낸다. 이렇게 생성된 화면은 실재하지 않는 공간이지만 관람자의 경험을 통해 재해석 되고 본인의 기억 속에, 혹은 감정 속에 실재하는 공간을 떠올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동양에서 이야기하는 의경을 체험하게 된다. 이러한 주객합일의 과정을 통해 작가는 명명할 수 없는 개인의 주관적인 감정을 화면을 통해 나타낸다.

삶은 시간의 축적이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본인이라는 자아를 경험과 시간을 통해서 쌓아간다. 작가는 물결을 시간과 경험에 비유하여 표현하며, 앞서 말한 물결이 쌓여 만들어진 물의 이미지를 인간의 자아에 비유한다. 화면 나타나는 특징인 수평선이 존재하지 않는 화면 구성은 이러한 자아 형성의 무한성을 나타낸다. 또한 물에 빛이 비추어진 윤슬은 빛나는 기억이라 명명하여 인간의 자아 형성 과정에 있어 빛났던, 빛나고 있는, 빛나고 싶은 기억을 은유적으로 나타내며 인간 삶의 희망적이 내용을 보여준다. 작가는 물의 깊이를 통하여 인간의 측정할 수 없는 감정과 생각의 깊이를 표현하고 해무를 통하여 시간이 지남에 따라 휘발되고 변형되는 삶의 기억을 나타낸다.

‘기록된 감정’은 인간의 감정과 기억의 유기성을 보여준다. 물의 분자는 유기적으로 혼합되는 성질은 갖는다. 작가는 이러한 분자를 인간의 감정과 기억에 비유한다. 기억과 감정은 분리될 수 없다. 지난 감정을 떠올리려면 기억을 떠올려야 하고, 기억을 떠올리려면 감정도 함께 떠오른다. 이것은 인간의 주관화된 주체성을 보여준다. 인간의 감정은 주관적 성질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인간은 기억을 객관적 형태로 기억하지 않고 주관적 해석을 가미한 상태로 기억하고 떠올린다. 감정 또한 마찬가지다. 감정은 매번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 이런 무수히 많은 감정을 떠올리려면 당시의 상황, 환경, 외부적 요인, 즉 기억을 떠올려야 한다. 작가는 이러한 기억과 감정의 유기성을 물의 색과 빛이 비추어진 형태 이용하여 나타낸다. 화면은 앞서 말한 두 가지 중 한 가지만 없더라도 어떠한 형태로 존재할 수 없다. 작가는 이러한 기억과 감정, 색과 형태의 상호보완적이며 유기적인 성질을 ‘기록된 감정’을 통해 나타낸다.

‘감정의 잔상’은 오래된 기억과 감정을 화면에 조형언어로 풀어낸다. 작가는 기억과 감정이 본연의 ‘색’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가진 색은 시간이 지나면서 옅어지고 결국 색을 잃게 된다. 감정의 잔상은 이러한 오랜 기억의 끝을 보여준다. 색은 빠지고 물결은 뚜렷하지 않다. 마치 잔상만 남은 듯하다. 이런 인간 기억의 휘발성을 모노톤의 색감과 겹치고 흐릿한 물결의 형상을 통해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