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희 개인전 일상의 꿈을 담다

이도희
2018 08/15 – 08/20
2 전시장 (2F)

일상의 꿈을 담다
일상에서의 기억

 

글_이도희

인간은 자신의 선택 여부에 상관없이 주위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또한 그 끊임없는 영향에 대해 작용과 반작용을 거듭하며 지속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일깨워가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환경과의 상호관계에서 아무런 마찰이 없다면 인간은 자기 자신을 의식할 수도 없고 변화의 동기도 갖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작가는 주변 환경으로부터 무수한 영향을 받고 그것을 단순히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 창조성으로 재해석하는 의식적인 노력으로 일상적 삶을 재해석해 나가는 것이다. 나의 작품에서 보여 지는 일상은 삶에서 경험하게 되는 나의 현실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시작하며, 과거에 경험했던 기억과 그것에 대한 감정의 기록들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공간들은 우리의 삶에 있어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이런 사실은 일상이라는 익숙하고 평범함 때문에 보다 쉽게 작품에 접근 할 수 있게한다. 일상의 특성을 잘 활용하기 위하여 나는 일상에서 체험했던 것들에 초점을 맞추어 일상생활에서 보여 지는 형상들의 이미지를 작업하게 된다.
예술가로서 새로운 경험과 다양한 기억을 존중해야하며 그 기억의 의미를 늘 새롭게 정리하고 활용하면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기억 속에서 찾아내야 한다. 그것은 작품의 주제나 소재가 될 수도 있을뿐더러 작가의 사상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 내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기억을 찾아내는 방법은 작가의 고유한 권한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과거의 기억은 예술 활동에 있어서 근본적인 바탕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며, 예술가들이 표현하는 예술 세계와 사회, 문화, 역사 속에서의 표현 행위는 결코 순간적이거나 충동적인 것이 아니고 각자가 지니고 있는 축적된 기억 속에서 만들어진 경험에 의한 행위인 것이다.

인간의 감정과 정서는 감각을 통한 경험 속에서 형성되는 기억에서 비롯된다. 인간은 자신이 살아왔던 과거를 기억하고 그러한 과정에서 현재의 자아를 형성하여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방향을 설계한다. 예술가들 역시 예술활동을 하고 그 결과물인 예술작품을 창조하고 작품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자신들만의 축적된 기억들이 독창적인 영감의 근원이 된다.
예술가들은 작품을 마주하게 될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표현한 감정으로부터 풍부한 경험을 얻기를 원한다. 다시 말하면, 예술은 예술가의 고유한 정신적 과정이며 정서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일상적 경험에 대한 기억은 필연적으로 상징화로 발현된다.

프로이트(freud Sigmund, 1856~1939)의 정신분석 입문에 따르면 인간의 의식은 의미화 시킨 기억, 즉 잊지 않고 떠올린 기억과 잊어버린 기억, 즉 망각으로 나뉘게 되는데, 의미화 시킨 기억은 어떤 형태로든 표현된다. 이런 과정을 자끄 라깡이 욕망 이론으로 밝히고 있다. 라깡은 인간의 의식을 크게 상상계와 상징계, 그리고 실재계로 나눴다. 라깡의 이론대로라면 의식이긴 하나 무언가로 표현되지 못한 의식을 상상단계라고 할 수 있다. 미술적 조형방식에 빗대어 설명하면 무언가 그리고 싶은 것이 있지만 구체적인 이미지형태가 잡히지 않은 상태이거나, 그리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작가적 의도가 분명치 않은 단계이다. 이는 상징화의 과정을 통해 의도가 분명한 형태로 그려지게 된다. 소쉬르의 언어학적 표현에 따르면 기의가 기표를 가지는 단계이다. 나무라는 사물이 나무라는 이름을 가지며 나무라는 단어 즉, 기호가 완성되고 ‘나무’라는 기호는 다양한 종류의 다년생 줄기식물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기억을 떠올린 순간 의미화가 이루어지고 상징화가 진행된다. 어린 시절 행복했던 어느 날의 기억을 어떤 구체적인 사물이 대표할 수 있고, 어제를 어떤 하나의 사물이나 단어로 이미지화 하고 상징화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상징화로 발전한 기억은 조형형식으로 표현되는 이미지의 초석이 된다. 각자 개인의 희로애락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개인의 의지가 모여 집단의 상징이나 국가의 상징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따라서 한 개인의 행복한 기억이나 순수함에 대한 동경은 한 개인의 기억이 아니라 보편성을 가진 이미지로 보이기도 한다. 결국 기억된 이미지란 누군가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 순간이다. 그리고 그것이 기억에서 머무르지 않고 기표를 만나 기호로서 기능을 가지게 되면 조형적 표현으로는 하나의 그림으로, 작품으로 완성되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옛 조상들은 머릿속에 담겨진 것들과 그들이 경험한 것, 그리고 환경을 통제해가며 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묘사했다. 그것이 기록의 시작이었으며 상징의 시작이었다. 나 또한 평소에 일상에서의 경험과 생각들에서 느껴지는 모든 것들을 그림이나 글로 기록하는데 이는 나의 작업에 중요한 모티브가 되었다. 개인적인 이야기나 삶의 태도를 그림에 반영할 때 특히 ‘나’에 관한 기록들은 나의 관심사나 과거의 기억 등을 저장하여 작품에 주제나 소재를 이루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경험했던 것이나 보고 느낀 사건들을 모두 다면체 조각그림에 담는다. 조각그림은 기억 저장소의 역할을 한다고 하겠다.

늘 반복되어지는 일상에서 자신이 항상 생각 되어지는 단어나 경험 잊혀 지지 않는 것들은 지루함을 덜어내기 위해서 다양한 변형을 이루고 새로운 이야기 꺼리들을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사람들과 항상 하는 대화이지만 유독 지루하다고 느껴질 때에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하다 자연스럽게 작업과 연관하게 되고 그림의 화면 안으로 들어가 주인공이 되고 배경을 이루는 요소는 잔잔한 호숫가에서 지루함을 나타내는 낚시가 된다. ‘지루한 대화’라는 작업의 모티브는 이렇게 이루어지게 된다.

나의 잠재된 기억들을 현실로 끌어내 이성을 가진 상상력을 대입시켜 이야기나 생각들을 기억하여 재구성 하고 내면의 심리와 내용을 공감할때 ‘나’를 인식하고 자아를 대변하게 되는데, 이는 각각의 기억으로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이미지가 독립된 자아로 발전하는 단계가 되기도 한다.
이것이 사적인 기억이기도 하지만 그 형태에 따라서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기억이 되기도 한다. 물론 각각의 기억들은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발생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물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과 체험을 서로 나눌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사소한 일상이 서로에게 어떤 위안과 잃어버렸던 순수, 또는 동경의 대상이나 각자 품고 있는 다른 꿈들을 떠오르게 하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