쳔하오(陈浩) 개인전 상지몽야 象之蒙也
쳔하오
2024 10/23 – 10/29
3 전시장 (3F)
산수는 오랫동안 화가들이 선호하여 표현해 온 주제 중 하나이며, 이번 개인전에서도 주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산수에 대한 감각과 인상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것이 회화로 표현될 때에도 각기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좌전(左传)·희공(僖公) 15년》에서는 “만물이 생겨난 후에야 상(象)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여기서 ‘상(象)’은 각 개인이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만물에 대한 독특한 감각을 의미한다. 본 전시에서는 쳔하오(陳浩)가 마음속에 담고 있는 산수의 ‘상’을 관람객에게 선보이고자 한다.
중국 회화 예술은 “관물(觀物)”을 구상의 심리적 출발점으로 삼고, “취상(取象)”을 예술적 구상의 궁극적인 목표로 설정한다. “관물”에서 “취상”으로의 과정은 일순간에 이루어질 수도 있으며, 또는 일정 기간 동안의 심도 있는 감각적 경험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반드시 복잡한 심리적 과정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전체 예술 구상 활동은 “상(象)”을 중심으로 전개된다고 할 수 있다.
쳔하오(陳浩)는 현실 생활의 객관적 사물상을 서술하거나 묘사하는 데 중점을 두지 않고, 오히려 예술적 구상에서 생성된 미적 이미지를 강조한다. 따라서 그의 작품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천지자연의 상(象)”이 아니라 “인심형성의 상(象)”이다. 《주역략례(周易略例)·명상(明象)》에서는 “상(象)은 의(意)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일상적인 산수 관찰, 즉 “관물(觀物)”을 통해 마음속에 있는 “산수의 상(象)”을 얻고, 이를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그의 “의”를 전달하고자 한다. 관람자는 이를 통해 “상(象)을 찾아 의(意)를 관찰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을 살펴보면, 왜 전시 제목을 “상지몽야(象之蒙也)”로 정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몽(蒙)’은 《역경(易經)》의 64괘 중 네 번째 괘로, 두 개의 기본 괘가 겹쳐 이루어진 것이다. 몽괘의 내괘는 ‘감괘(坎卦)’로 물과 위험을 상징하며, 외괘는 ‘간괘(艮卦)’로 산과 멈춤을 상징한다. 쳔하오(陳浩)의 작품에는 기하학적 형태, 콘크리트 벽, 난간, 커튼, 철망 등과 같은 현대적인 요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러한 요소는 전통 중국화에서 보기 드문 것들이다. 이러한 ‘장애물’은 작가와 산수 사이의 격차를 드러내며, 자연에 대한 동경과 도시 속에서 느끼는 무력감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감괘’의 ‘험조(險阻)’과 ‘간괘’의 ‘지(止)’를 반영하는 것이다.
감괘와 간괘를 합쳐 보면, 하부에는 위험이 존재하고 상부로는 나아갈 수 없는 형상이 나타나며, 또한 산 아래에 물이 있어 물이 증발하여 안개가 되어 산이 보이지 않는 형상도 있다. 이러한 형상은 그의 작품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예를 들어, 《개문견산(開門見山)》이라는 작품에서, 작품 속의 기하학적 형태는 현대적 요소를 나타내며, 이는 형식화와 도시화를 상징한다. 계단이 위로 향하는 것은 발전을 의미하며, 시대의 발전을 상징한다. 삼각형의 구성을 통해 시선을 계단의 단계에 따라 삼각형의 최상단으로 집중시키며, 그곳이 시각의 초점이 된다. 이러한 구도는 그곳에 배치된 산이 높은 곳에서 오는 압박감을 주어, 손이 닿기 어려운 느낌을 자아낸다. 주목할 점은, 높은 곳의 산은 오직 실루엣만 남아 있으며, 이 실루엣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산의 가장 단순한 형태를 나타낸다. 산은 그의 마음속에서 동경하는 것이지만,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철근과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도시 속에 살고 있어 산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따라서 그의 시각에서 산은 점점 희미해지며, 결국 허상만 남게 된다. 이 산은 또한 독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것을 상징할 수 있다. 그것은 권력, 금전, 건강, 자유 등 독자들이 얻기 어렵지만 갈망하는 것들을 대표할 수 있다.
‘몽(蒙)’은 석도(石濤)의 《화어록(畫語錄)》에서 핵심 개념 중 하나이다. 석도에게 있어서 ‘몽’은 산천의 본연의 이치를 의미한다. 석도는 산수화 창작이 단순히 산수의 외적 표상을 묘사하는 것을 넘어, 산수의 내적 본질을 깊이 탐구하고 산수의 기원 요소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쳔하오(陳浩)도 그의 창작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지앙쑤대학교 예술학원 미술학과 학과장 주광야오 (朱光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