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Sunrise 단체전

이선화, 이명아, 이묵, 정영선, 계성미
2024 08/14 – 08/20
3 전시장 (3F)

최정미_경희대 겸임교수

 

오늘의 해가 뜬다. 그렇게 뜨고 사라지기를 계속, 끊임없이 반복한다. 마치 작가들이 작업을 하고 또 새 작업을 반복하는 것처럼… 이번 전시는 꽃을 주제로 단색이나 극히 절제된 몇 가지의 색상으로 작업을 이어나가는 계성미, 하얀 캔버스 위에 여백의 미를 되살리며 자신만의 정원을 가꾸어 가는 정영선, 오랫동안 꽃과 나무를 가꾸면서 익숙해진 색과 조형성을 기반으로 수많은 나무를 그려내는 이묵, 자신의 정체성이 드러날 듯 말 듯 그 경계를 오가며 그리는 자화상과 섬세한 붓놀림으로 꽃을 그려내는 이선화 그리고 헤아릴 수 없는 나뭇잎들 또는 정물을 미세한 차이의 색들로 그려내어 그 묘미를 더해주는 이명아의 전시이다. 언제나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려면 오랜 사색의 시간이 필요한데 이들이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보면 그 사색의 시간이 마치 삶을 살아가는 방식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이 세상의 사람들은 삶에서 소중하거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그림으로 그려내거나 어떤 재료를 선택해서 만들거나 붙이거나 하는 것을 반복한다. 꼭 예술을 하는 작가가 아니어도 우리는 어릴 때부터 그런 과정에 무척 익숙하고 또 익숙해 있다. 심지어 하나의 주제를 대상으로 그 깊이를 찾아가는 작가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계성미의 꽃들은 시간이 갈수록 이전 작업보다 더 섬세해지고 단순화되어 보이며 색상도 참 맛나게 다루어지는 느낌이다. 작년 첫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한 해를 오롯이 자신의 작업에 집중한 것이 작가를 한 층 더 성장하게 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영선의 색연필화는 재료가 가지는 특성이 참 오묘하다. 종이에도 많은 작업을 했지만, 캔버스라는 천 위에 수많은 선을 반복해서 그려내는 꽃과 꽃잎들은 자세히 보아야 할 정도로 흐린 선들이지만, 볼수록 깊이가 느껴진다. 이선화는 자화상을 그릴 때는 극명하게 본인의 정체성이 드러나지만, 주제의 선택과 색을 다루는 과정에서도 감추어진 정체성이 드러나는 듯한 느낌이다. 특히 이번 작업은 색상도 과감하고 화려하다. 마치 삶에서 오는 행복이 선명한 분홍색 꽃으로 나타나는 것만 같다. 풍경화를 주로 그려왔던 이묵은 원경, 근경 가리지 않고 정말 많은 작품을 그려왔다. 2~3년 전부터 그 풍경에서 나무들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서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 느낌이 참 좋다. 붓의 터치 하나, 하나, 움직임 하나, 하나가 모두 드러나는 나무들은 무수한 색들로 하모니를 이루는데 그 안에서 작가 이묵 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에너지와 생동감이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이명아는 오래전부터 나뭇잎을 그려왔다. 수채화에서 유화로 진행된 그림들은 그림을 그려본 사람들이면 한 번쯤은 그려봤을 듯한 주제지만 이명아의 나뭇잎은 참 색다르다. 그려낸 어떤 나뭇잎 하나도 같은 색이 없다. 농도가 다르거나 미세하게 다른 색이 섞여 있는데 그 느낌이 그림 전체에 안도감을 준다. 그래서 예쁘다.

 

해는 뜨고 지기를 반복하듯이 계성미, 정영선, 이묵, 이선화, 이명아 이 다섯 명의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데 쉼이 없다. 이번 전시가 지나면 또 하나의 작품을 완성할 것이고 또 다음 작업을 계속 반복할 것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