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윤 개인전 The Zone of Interest
장보윤
2024 08/07 – 08/13
2 전시장 (2F)
불안하거나 불편한 미지의 세계를 마주하는 대안적이며 매개적인 방법에 대하여
장보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꿈 속의 한 장면과 같은 초현실적 세계를 그린 다양한 작업들을 선보이게 된다. 작가는 이번 전시의 작업과 관련하여 ‘비현실적인 현실 혹은 잔혹한 환상’이라는 독특한 주제를 제시하고 있다. 사실 전시장에서 그의 작업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에게는 작가가 그려낸 작업의 내용을 하나하나 이해하기는 어려울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작가는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떠오르는 장면들을 작가적 관점에서 교차적으로 편집하거나 재구성하여 자신의 작업 안에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가가 이러한 방식으로 작업을 하게 된 것은 자신이 일시적으로 시각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이 일련의 경험을 하게 된 이후 현실을 바라보는 자세에 영향을 받게 되었던 특별한 경험과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그 당시 작가는 자신이 경험한 것은 어쩌면 악몽과 같은 경험이 될 수 있었지만 일정한 시간이 흐른 후 이로부터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었기에 이를 토대로 이후 작업에서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이 두 가지 요소가 겹쳐져 있는 작업을 하게 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작가가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다른 사람들의 사건과 경험일 수 있는 것들을 자신의 작업에 가져오게 된 것은 자신 경험하게 된 사건, 즉 자신에게는 그 당시 충격적이자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될 수 밖에 없는 사건이었지만 드라마나 영화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건이 전개되고 이로부터 희로애락의 무엇이라고 정의하기 어려운 다양한 사건이 전개되듯이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 역시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가 섞여 있는 삶의 전체에서 일부분일 수 있다고 보았던 것 같다. 그러나 드라마나 영화가 여러 겹의 시간을 편집하여 하나의 스토리를 구성하듯 자신 역시 여러 드라마와 영화의 장면들을 편집하여 상상적 현실이거나 편집된 비현실일 수 있는 여러 작업들을 그려내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그의 작업에서는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은 꿈과 같은 장면, 비현실일 수 밖에 없는 장면들이 자주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과 감각에 의존하여 현실의 사건으로부터 파생된 일종의 현실의 파편이자 편집된 비현실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을 선택하여 회화적 장면들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게 된 것인데 이는 결국 작가 내면의 무의식과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작가는 꿈과 같은 상상적 세계를 그려내고 있는데 작가가 스스로 자신의 작업과 상호작용하게 되면서 결국 깨닫게 되었던 것은 자신의 기억의 파편들을 재구성한 이미지라는 것이 곧 자신의 무의식과 내면 세계였다는 점이었던 것 같다. 그 결과 작가는 자신의 작업은 현실로부터 도피하거나 불안한 현실에서 도망치는 것과 같은 내용임을 인식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긍정적 의미에서 본다면 동시에 바로 이곳이 자신에게는 그 불안으로부터의 도피처, 다시 말해 헤테로토피아적 공간일 수도 있음을 직시하게 되었던 것 같다. 현실이 불안하거나 참혹하다면 그것을 그대로 마주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그 현실을 변조하여 상징적인 이미지로 바꾸거나 대리적 매개물로 바꾸게 된다면 불안한 마음과 참혹한 느낌은 충분히 상쇄될 있는 것이기에 작가는 그 대안적 방법으로서 회화라는 작업을 선택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작가가 그려낸 ‘비현실적인 현실 혹은 잔혹한 환상’으로 읽혀질 수 있는 여러 장면들은 작가가 느끼고 경험한 사건들과 관련되어 있겠으나 어쩌면 누구나 삶 속에서 한번쯤은 경험했고 무의식에 남아 있을 법한 무섭고 두려운 사건이나 불편한 경험과도 유사한 것일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이 일련의 작업 내용들, 즉 무의식 세계에 잠재되어 있다가 언제 돌발적으로 튀어나올는지 모르는 그 불편하거나 불안한 정서적 파편과 같은 것들에 대해 연착륙하듯 완충적으로 마주하는 방법으로서 대안적이며 매개적인 자신의 회화작업을 제시해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가 스스로 불안하고 불편한 미지의 상황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것의 어려움을 이미 경험하였기에 이번 전시에서 자신의 회화 작업, 즉 예술이라는 매개적 통로를 통해 대안적으로 마주하는 방법을 제안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작업을 시간과 공간을 뒤집고 그로부터 상상적이며 상징적인 이미지를 창출하거나 변형하는 프로세스로부터 시작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작가 스스로 알 수 없는 미래, 불안할 수 밖에 없는 미지의 세계를 마주하는 방법을 찾아내려는 것으로 보이며 뿐만 아니라 이제 전시를 통하여 작업으로 펼쳐 보임으로써 관객들과도 자신이 경험하게 되었던 것들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승훈 (미술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