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효 개인전 그녀의 정원에 머물다. ( Stay in her garden )

문진효
2022 03/23 – 03/28
2 전시장 (2F)

작가노트

문진효

 

그녀의 정원에 머물다. ( Stay in her garden )

 

생명의 에너지들이 점점 이 땅에서 빛을 잃어 간다.

많은 생명의 꽃들이 허망하게 이곳을 떠났다.

모두 언젠가는

근원으로 돌아가고 다시 순환하리란 것을 알지라도

그래도 그리움과 아쉬움은 곳곳에 남았을 게다.

 

이 땅에서 사라진 꽃들이 그녀의 정원에 있다.

이 땅에 살고 있는 꽃들도 그녀의 정원에 머물려 한다.

그곳에서 다시 생명의 에너지를 충전하며 고된 여정의 무게를 내려놓는다.

마치 어머니의 품처럼 그녀의 정원은 신비롭고 아름답고 포근하다.

 

팬데믹에 사라진 영혼들이,

끝없는 욕망에 스스로 제물이 되어버린 영혼들이,

문명이란 안개 속에 길을 잃은 영혼들이 쉬어 갈 수 있는 그 곳..

 

그녀의 정원에 머물고 싶다.

그곳의 하늘은 생명 에너지로 진동하고 땅에선 새로운 생명들이

솟아난다. 거룩하고 묘한 축복의 빛을 받으며..

가능성과 희망으로 가득한 그곳.. 슬픔조차도 아름다운 그곳…

순수한 영혼들이 서로를 사랑하고 의지하는 곳..

생명의 빛이 황홀해서 눈물이 나는 곳.

 

그녀의 정원에서 모든 생명들이 잠시라도 머물다 가길 기도하며 작업을 했다

 

팬데믹에 속절없이 사라진 생명들을 추모하면서….

 

 

이번 전시는 자연과 공동작업을 한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그녀가 우연이란 붓으로 정원의 전체공간을 그려주었다.

여러색이 섞여 흐르며 스스로 그려내는 그림에는 내가 없다.

나를 내려놓을 때 그녀가 그려주는 그림.

어쩌면 무위(無爲)를 표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란 생각을 했다.

그래서 흐르는 물처럼 어디에도 채워지는 그녀의 충만한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물감들은 뒤섞이며 공간을 채워갔다.

 

자연은 작은 우주, 캔버스에 생명의 아우라를 선사했다.

캔버스는 자연이 그려낸 생명의 에너지들로 넘실대고

신비하고 묘한 에너지들의 움직임은 캔버스 위에서 춤을 춘다

 

그녀의 작업 위에 나는 순환의 어딘가의 지점에서 새로 피어나 성장하는 생명의 양태들을 풀잎과 꽃으로 표현해 본다. 여리지만

그녀의 정원에선 축복과 사랑의 빛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시공간을 넘어 늘 우리 곁에 있어왔던 그녀의 정원을 그려보고자 했다.

 

그녀의 정원

모든 치친 생명들이 쉬어 가는 곳

생명의 빛으로 새로워질 수 있는 곳

그곳에 머물고 싶다.